프랑스 여행

파리 5일차 - 에펠탑 미슐랭 맛집 뽀또까 Pottoka / 갤러리라파예뜨 / le calbar 바 친구투어한 날❤️

나탈리 2021. 5. 17. 16:25

파리에 도착한 이후로 내내 바쁜 일정이어서 이 날은 아예 아무 명소도 가지 않겠다며, 늦게 일어났다. 친구네 집에서 친구를 출근시키고 느지막히 고양이랑 놀다가 점심 약속 가기.

이 날의 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인들과의 약속이다.

Pottoka 라는 곳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는데 파리 스테이 중 가성비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이었다. 저녁식사는 비싸서 점심으로. 휴가를 내서 여행 가면 좋은 점이 남들 일하는 평일 낮에 좋은 곳에서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들은 못하는 거 나는 한다는 호사로운 사치도 느껴보고, 평일 이 시각에 이런 여유라니, 같은 말도 뱉어보고.

2018년에 미슐랭에 실린 곳인 줄 몰랐는데 미슐랭 맛집이었고 우리가 있을 때는 관광객은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 파리지앵 파리지엔느 뿐이었다.

그래도 예약은 필수. 프랑스에서는 예약 문화를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으니 불어 못해도 관계없다.

홈페이지에 메뉴도 다 나와있으니 구글번역기도 돌려보시구..

걸어서 에펠탑까지 갈 수 있는 위치라 더 좋다.

여러가지 세트메뉴(formule)가 있는데 우리는 점심 오늘의 메뉴(plat du jour) 앙트레+본식 = 23유로. 합리적인 가격.

4 Rue de l'Exposition

4 Rue de l'Exposition, 75007 Paris, 프랑스

오늘의 요리 앙트레로는 수란과 생선 요리 중 선택할 수 있다. 언니는 수란, 나는 생선을 시켰는데 수란이 더 맛있었다. 수란을 더 추천드려요

미니멀한 플레이팅.

오늘의 요리는 오리스테이크 하나 뿐이다. 언니는 로제(멀리 보이는 것) 굽기로, 나는 미디엄으로 시켰는데 로제가 훨씬 더 맛있다. 로제는 레어에 가까운 미디엄레어라고 보면 된다. 역시.. 오리스테이크는 레어로 먹는 게 정석입니다.

명함과 메뉴판도 찍어왔어요.

메뉴는 불어로 되어있으니 홈페이지로 가주세오 총총

 

파리에서 짧은 일정동안 관광지를 별로 안가는 날 위해 언니에게 에펠탑 산책하러 가자고 하며 걸어가는 길에 만난 공원. Champs de mars 라는 공원인데 에펠탑 앞 샤요궁에서 찍는 사진보다 파리 곳곳에서 보이는 에펠탑을 더 좋아한다.

 

갤러리 라파예뜨로 총총.

정말 날이 흐렸다. 하지만 나는 비오는 파리도 흐린 파리도 좋아하니까 괜찮아.

 

파리에서 한국인 지인에게는 항상 사진을 부탁했다. 한국인은 사진을 잘 찍으니까! 프랑스친구들은 사진을 원체 잘 찍지도 않을 뿐더러 예쁘게 찍지도 못한다. 행복을 전시하기보다는 누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이 여행인만큼 그 순간을 제대로 기록해두면 다음에 사진만 봐도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 사진도 열심히 찍는다. 각자의 생각은 모두 소중하다.

레이디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를 당한 곳에는 이렇게 추모상이 있다. 영국인이 둔 건지 모르겠지만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레이디 다이애나. 라고 쓴 쪽지와 꽃다발이 있었다. 참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싱그러웠단 다이애나 비. 다이애나 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 마주한 그녀의 흔적에 또 다른 감흥을 느꼈다.

어디 가고 싶어요?

돈 없는 유학 시절에는 못갔던 화려한 라파예뜨 백화점에 가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가게된 라파예뜨.

명품백을 사러 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방도 들어보고 화려한 인테리어도 구경했다.

그리고 Le calbar 라는 바로 이동했다. 친구가 몇 개의 바를 리스트업해서 보냈고 내가 그 중에 꺌바로 선택했는데 이유는 칵테일이 맛있어보여서 ㅋㅋㅋㅋ

Calbar는 불어로 얇은 파자마 반바지를 말하는데 정말 그런 귀엽고 짧은 바지를 입고 서빙하는 친구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키크고 귀엽게 생긴 남자 여자가 그렇게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처음에는 남자 트렁크팬티같아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귀여웠어!

이 곳에서는 프랑스 친구들을 만났다. soirée.

내친구들 + 프랑스 베스트프렌드의 친구들 모임이었는데 재밌고 좋았다. 동양문화를 그저 소비하듯 좋아하는 서양인이 아니라 실제로 석사과정에서 연구하고 논문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었다. 각자의 연구 주제를 듣는데 흥미로워서 돌아오는 길에 쓴 일기.

Félicie와 Félicie 친구들과 만나 수와레를 했던 날. 오이 넣고 핸드릭스 진 주문해서 마시고 상큼한 칵테일도 마시며 온갖 얘기를 듣고 또 하고.

마리옹은 지역사회에서 만화같은 문화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에 대해(SNS), 엘린은 귀여움의 역사에 대해(kawaiii), 다른 친구는(이름 까먹음) 스타워즈에 대해 논문을 쓴다고 했다. 펠리시는 팟캐스트에 대해.

처음에 ‘웹’ 석사를 한다고 해서 그게 뭘까 했는데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사회학이나 경제학 등과 엮어서 연구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회학교수 경제학교수 등의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고.

걔네 학교 얘기도 듣고 내 얘기도 해주고.

나를 다섯 밤이나 재워준 펠리시는 ‘번아웃’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석사를 하면서 회사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이 꽤 발달되어있는데 일하랴 학교다니랴 논문쓰랴 고양이 챙기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신체적으로도 이상이 오기 시작했고 또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다고. 급기야 오늘은 의사 앞에서 눈물이 터져버렸다고 하는 그녀를 보며 작년의 통대 다니면서 인후염 후두염 앓으며 말도 못하던 내생각이 나서 공감되었다. 남들은 대학원 그냥 공부해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대학원생활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 특히 일과 병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명소는 한 군데도 가지 않았지만 친구들을 만난 날이라 오랜만에 다정함과 따스함으로 충만했던 날.

친구와 함께 돌아온 집에서는 고양이가 말도 안되게 귀여운 주접을 떨고있었다

왜 쇼파 밑에서 거꾸로 보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