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알제리 생활

알제리 프랑스 문화원 Institut français à Alger

나탈리 2021. 5. 11. 12:25

알제 프랑스 문화원

얼마 전에 다녀온 알제 프랑스 문화원 .

프랑스가 알제리를 놓지 않는다는 걸 느낀 것 중 하나가 프랑스 문화원이 알제리에 3개나 있다는 것.

알제에도 있는데, 보통 행사는 평일 6시부터 한다. 퇴근하고 아주아주 빠르게 후다닥 가면 갈 수 있는 스케줄 !

처음에 갔을 때는 만화전 개막일에 Round Table 토론하는 행사.

사실 알제리불어 말고 빠르고 고급스러운 프랑스인 불어를 듣고싶어서 갔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고 Entre libre는 그냥 가면 되고, Reservation 해야 하는 행사는 메일로 미리 예약하면 된다. 공연에 따라 사전에 티켓을 받아가야하는 경우도 있으니 꼭 확인이 필요하다.

 

머나먼 알제에서 만난 프랑스인 만화가(영상 속 가운데분)가 그린 <평양>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신기하기도 , 반갑기도 했다.

행사 끝나고 따라나가서 남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여기서 뭐하시는거에요?" 라는 질문이 바로 나옴ㅋㅋㅋㅋ

프랑스야 알제리랑 가까우니까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알제리라니 넘 뜬금없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후에 갔던 Cine-Concert

프랑스 영화를 상영하고 중간중간에 영화사운드를 끄고 음악을 연주한다. 1930년대 영화를 상영했는데, 영국영화에 불어자막이었지만 영어를 해도 불어를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사운드를 계속 끄기 떄문에. 당시에 거의 부재하다시피했던 영화음악을 상영 중에 라이브로 연주해주니 새로웠다. 영화 내용도 조금 지루한 감이 있긴 해도 아주 흥미로웠다. 1930년대에 상상한 1960년과 1970년, 그리고 2030년.

지금이야 2030년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그때만해도 100년 뒤를 그린 거니, 정말 SF영화라고 할 만 했겠지.

우리가 이미 지나온 1960년대와 70년대가 먼 미래였던 시절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 재밌기도 하고. 그 때의 이런 일을 모티브로 이런 상상을 했겠구나, 이런 예상도 되고. 재미있었다. 옛날 영화다보니 주제도 명확한 편이고, 영화 내의 공백이 많아서 EDM스러운 음악을 입혀도 파고들어갈 틈이 충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느낌.

요즘 영화는 0부터 100까지 아주 빽빽하게 채워져있어서 이렇게 파고들 틈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고전영화를 선택했나 싶기도 하고.

 

 

알제 프랑스 문화원

한국이랑 비교도 안되게 크고 나름 마당? 정원도 있는 프랑스 문화원

Centre ville, Alger Centre에 있다. 포구 바로 앞이라서 조금 나가면 야경도 볼 수 있는 곳.

단점이라면 근처에 밥먹을 곳이 별로 없음.


 

그리고,

 

 

알제 프랑스 문화원에 영화 <la délicatesse>를 보러 갔다가 작가님이 직접 오셔서 관객과의 대화를 했다. 한국에서는 <시작은 키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인데 사랑스러운 로맨스와 소소한 유머가 가득한 따뜻한 작품.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감정의 여러 면모를 표정과 카메라 앵글로, 여러가지 연출로 신경써서 표현했다는 게 느껴졌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나 <미녀와 야수>의 벨이 생각나는 예쁜 나탈리 역의 오드리토투.

관객들의 질문 수준도 높았고, 재밌게 받아치는 작가님도 즐거웠다.

'정말 못생긴 남자주인공이라서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비웃었는데 점점 이상하게 빠져들더라,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했냐' 라는 질문에 "주인공 번호 드릴까요? ^^" 하며 맞받아치는 것 하며, 격의없이 던지는 모든 질문과 감상평에 작가님 역시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대답해주셔서 그 따뜻한 감독-관객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한 마담이 "영화 막바지에서 마침내 여주인공이 슬픔에서 해방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욕실 장면에서는 감정이 폭발하는 게 느껴졌는데, 그 감정의 흐름이 얼굴로 다 표현이 되더라. 촬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했나?" 이렇게 질문을 했는데, 작가님이 놀라면서 "근데 질문하신 분은 뭐하는 분이세요? (직업이 뭔가요?)" 라고 물어봤다 ㅋㅋㅋ 물론 그 관객분은 심리학자였다고 합니다 ^^! 관객과의 대화가 거의... 무슨 티타임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 이었다. 청바지 입고 무대에 걸쳐앉아서 그냥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늘어놓아서 격의같은 것 전혀 없었고.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남자주인공을 맡은 배우 François Damiens가 벨기에 사람이라서 벨기에 사투리가 드러나는 단어들 six / huit(eight) 같은 숫자는 소설과 다른 걸로 대체했다고 ㅋㅋ

여튼 영화 내내 맘껏 웃으며, Oh, mon dieu (Oh my god!) / Voilà! / Ooh là là là là là .. 이런 감탄을 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ㅋㅋㅋㅋㅋ막 엄청나게 재밌는 건 아니지만 소소하게 웃음 터지는 포인트들이 있음. (참고: 저는 웃음에 관대합니다)

보통 나는 공연이나 영화 보면서 떠드는 알제리 사람들 극혐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acceptable 했다. 나중에 보니까 알제리사람 별로 없고 프랑스 마담들의 추임새였지만 ! (역시 나의 편견은 점점 공고해져..)

여튼, 작가님 바로 맞은편에 너무 가까이 앉아서 사진 한 장 못찍었지만 오늘 저녁은 좋아하는 작가님을 실제로 보아서 알제에서 행복한 날들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